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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영석  
( 2009-02-13 13:20:55, Hits : 2834, Vote : 766)
첨부이미지   66.jpg ( 1.46 MB ), Download 15
“할머니, 따뜻하고 좋네요!
우째 몸이 으스스 추운게 아플랑가 봐요~˝
저녁식사 수발을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 할 즈음, 온돌 방바닥에 깔아놓은 따뜻한 이불속이 좋아 애교라도 부리듯 할머니 옆으로 몸을 들이대며 다가갔다.
“이리와, 이리 오게 뻗친디”~~ 여러 번 씩 같은 말을 반복하며 자리를 내 준 할머니는 옆 할머니가 덮고 계신 이불까지 끄집어 내게 덮어 주며 나를 다독여 주신다. 그 손길이 너무 포근하고 따뜻하여 어릴적 내 할머니에 대한 기억에 잠기게 하곤 한다.
할머니께서 요양원에 처음 오셔서 하룻밤을 지내시고는 전체 생활실 욕실마다에 새로이 선반이 달리고, 쓰레기통 마다 오물 비우기에 바빴다. 보이는 대로 분해 작업을 한데다 입으로 넣어 드시려는 습성 때문이었다.
그 뿐이랴, 밤새도록 잠은 고사하고 이불 속에서 1인 2,3역을 하며 떠들어대는 바람에 생활실 어르신들 잠 못 잔다는 항의가 대단했다. 어르신이 생활하는 방 뿐 아니라, 온 생활실 마다 배회 하시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이제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어르신들로 부터도 인기가 대단하신 이 할머니는 심한 치매와 다른 질환으로 요양원과 인연을 맺은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치매 증상에다 양측 하지기능이 약하여 준 와상상태인 이 분은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보행이 어려워 늘 엉덩이를 문지르며 원내를 끊임없이 원내를 배회하시며 목청을 높여 아부지 오빠야 어머이 를 부른다. 그 소리가 어찌나 구성지고 우습던지 차라리 귀엽기까지 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나눠드시려는 정이 듬뿍 서려 있는 할머니, 가끔씩 과거기억에 멈춰 서 있는지 “우리 애기 줄랑께 하나 더 주게~” 라며 이 것 저 것 호주머니, 바지 속에 집어넣는 모습 등 할머니께서 날마다 행한 예견치 못한 언행을 얘기하자면 무궁무진하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지만 우리 할머니의 기운은 젊은 나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계시다. 한 번 걸어 본 장난에 공격 태세를 갖추신 할머니~ 결코 물러서질 않으시고 최후의 공격수단인 침을 무기 삼아 내 놓으시면 할머니 앞에 승복하지 않을 사람 아무도 없다.
주위에 늘 웃음을 끊이지 않게 하는 할머니는 직장생활의 딱딱함과 분주함을 잊게 하는 우리 요양원의 보배이시며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웃음의 원천이시다.
긴 세월의 많은 흔적을 남긴 우리 할머니의 모습에서 토속적인 한국의 어머니 상을 맛 본다. 거칠지만 선하고, 자존심이 강하여 고집이 있으며 부지런하고 정이 많은 따뜻한 마음을 지닌 할머니, 할머니는 행동, 언어, 타인의 심리를 끌어들이는 매력을 지니고 계신 우리 원의 탤런트이시다.
오늘도 선한 모습으로 다소곳이 웅크리고 앉아계신 할머니의 이마에 내 이마를 맞대고 흔들며 어린애 달래듯 “이쁘다”를 연발하니, 할머니도 함께 허허 웃으시며 응해주시니 오늘의 수고도 헛됨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음이 뿌듯하다.
어르신을 섬기는 일을 하면서 고단하고 힘겨울 때가 많지만 서로에게 따스한 햇살이 되어주고, 미소가 되어 준다면 더욱이 감사하게 되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우리와 함께 오래 오래 살아요^^

글쓴이: 황미혜


보는이 없는 것 알아주는이 없는 것 "우리 애기 즐랑게 하나 더주게~" 집히는것 손에쥐고 핵교 파한 손주 맞으려 가신다.